또르륵 또르륵 통통 3 통만두

in hive-101145 •  2 months ago  (edited)

3

소휘와 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친해져 절친이 되어갔다. 손님이 없을 땐 늘 둘은 같이 놀았다. 이수가 만두를 찔 때면 소휘가 이수에게 가서 놀기도 하고, 주방 옆에 있는 단체석에 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주방에서 막내인 훈이는 언제나 바빴다. 분식점은 1년 내내 쉬는 날도 없이 영업했기에, 휴일에도 소휘와 이수는 점심때부터 만나 같이 놀았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노래방에도 다니며 놀았다. 그렇게 둘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도 훈이는 일해야 했기에 소휘와 이수는 점심때부터 만났다.

“짠~~~. 이게 뭐게?”

이수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내밀며 물었다.

“어! 이거 혹시 내 선물?”

“응. 선물이야. 받아.”

소휘는 남자 친구도 있는데 왜 선물을 준비했냐고 물으면서도, 기분이 좋아 싱글거리며 포장지를 벗겨냈다.

“와~~~ 이거 그날 봤던 병아리 인형이네! 와~~~ 나 이 인형 너무너무 갖고 싶었어. 헤헤. 역시 너밖에 없다. 넌 내 베스트 프렌드야. 헤헤.”

소휘는 인형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품 안에 폭 들어오는 인형을 끌어안기도 하고 코를 만지작거리기도 하며 좋아했다. 이수는 소휘가 좋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이 더 밝아졌다. 둘은 평소처럼 노래방에서도 놀고, 커피숍에서 시간을 죽이며 수다도 떨며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밖으로 나와 보니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종로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처음 본 이수는 당황스러웠지만, 소휘는 이미 작년 크리스마스를 종로에서 경험해봐서 놀라진 않았다.

둘은 걷는 내내 사람들에게 밀려 자꾸 떨어졌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 바짝 붙어 걸었지만 그래도 소용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둘은 이산가족이 되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소휘가 이수의 팔을 움켜잡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어. 팔 좀 빌려줘봐. 이렇게 붙잡고 걸어야겠어.”

이수는 여자의 손이 팔에 닿아보긴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려고 애썼다.

“어? 그, 그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휘는 이수의 팔을 잡고 걸어도 뒤로 밀렸고, 둘은 다시 이산가족이 돼버렸다. 그러자 소휘가 이수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소휘의 몸이 이수의 팔에 바짝 닿고 말았다. 이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성과 이렇게 가까이 있긴 처음이라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둘은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였다. 남자의 팔을 안고 걷는 여자.

“내가 꼭 네 여친 같다. 그치? 헤헤.”

“어? 그, 그러게.”

“내가 가게에 도착할 때까지만 여친 역할 해줄게. 헤헤.”

이수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고 호흡이 가빠졌다. 얼굴도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도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분식점을 두 개 운영하고 있었다. 소휘와 이수가 일하는 가게를 ‘큰가게’라고 불렀고,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게를 ‘작은가게’라고 불렀다. 작은가게는 이름대로 큰가게보다 반이나 크기가 작았고, 직원도 아르바이트생도 적었다. 그래서 만두는 큰가게에서 찐 것을 가져다가 데우기만 했다. 만두를 찌는 일은 이수 담당이었기에, 작은가게 만두를 챙기는 일도 이수가 했다.

만두는 가마솥에 물을 담아 증기로 찌는 통만두였다. 물을 끓여서 찌는 방식이라서 둥근 만두통 테두리엔 물이 고이도록 홈이 있었다. 그런데 이 홈의 물은 만두통을 기울이면 흘러내려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만두를 찐 후엔, 만두가 담긴 통을 살짝 기울여서 물을 빼줘야 했다.

“이수야, 이수야. 헤헤. 희소식!”

소휘는 뭐가 좋은지 잔뜩 들떠 있었다.

“이수야, 작은가게에 너 좋아하는 애 있다더라. 방금 훈이 오빠한테 들었어.”

“응? 날?”

“응. 오빠는 작은가게에서도 일하곤 하잖아. 일하다가 알게 됐나봐. 이름은 안 물어봤다는데, 키가 작다고 했어. 헤헤, 넌 좋겠다. 드디어 여친이 생기는 거야? 미리 축하해. 헤헤. 참, 너도 마음에 들어야지. 혹시 작은가게에 아는 애 있어?”

“아니.”

이수는 이 이상한 기분이 뭔지 몰랐다. 갑자기 멍해졌다가 두근거리기도 했다. 자길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왜 나를?’

“아, 맞다. 매일 만두 가지러 오는 애가 있거든. 걘가?”

작은 가게에선,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인 5시 30분 정도에 항상 지현이가 만두를 가지러 왔다. 지현이가 키가 작긴 했다. 그래서 이수는 지현이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 지현이? 걔 몇 살인데?”

“우리보다 한 학년 아래야. 1학년.”

“그래? 헤헤. 딱 좋네. 잘 해봐.”

소휘는 잘 해보라며, 주방 앞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이수는 가마 앞에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왜 안 오지? 그때 처음 보는 한 아이가 갑자기 이수 앞에 서서는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저는 작은가게 미영이라고 해요.”

작고 마른 여자아이였다.

“네? 네. 안… 안녕하세요.”

“오빠, 말 놓으세요. 저 1학년이에요.”

미영인 수줍어하며 말했다. 고개를 들어 이수 얼굴을 보다가도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숙여 이수와 눈을 마주치길 어려워했다.

“어? 어. 그래.”

“저기, 오늘 지현이가 쉬는 날이라 제가 만두를 가지러 왔어요. 만두 주세요.”

이수는 평상시에 지현이에게 대하던 대로 물었다.

“그래. 몇 통 줄까?”

“일곱 통이요.”

일곱 통이면 많은 양이었다. 평소엔 다섯 통이면 충분한 작은가게였다. 이수는 만두 일곱 통을 꺼내 미영이에게 내밀었다. 미영인 생각보다 양이 많아 보여서 깜짝 놀라면서도 만두 일곱 통을 받아 안았다. 그러자 키가 작은 미영이의 몸이 만두 일곱 통으로 다 가려져 눈만 보였다.

‘키가 많이 작구나.’라고 이수는 생각했다.

‘일곱 통이면, 키 작은 여자가 들기엔 많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잡생각을 하는 이수에게 미영인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일곱 통을 안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다음날도 지현이 대신 미영이가 만두를 가지러 왔다.

“안녕하세요. 지현이가 가족여행이라 오늘도 제가 대신 왔어요. 오늘도 일곱 통 주세요.”

오늘도 일곱 통? 일곱 통은 혼자 들고 가기엔 많을 텐데.

“어. 그래.”

“저기, 오빠. 그런데요, 어제 만두 들고 가다가 앞치마랑 옷이랑 다 젖었어요.”

만두통을 바로 들지 않으면, 만두통 테두리의 물이 흘러나온다는 걸 몰랐던 미영이었다. 어제가 처음이라 몰랐던 것이다.

이수는 어제의 만두 일곱 통을 힘겹게 들고 뒤뚱거리며 걷는 미영이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작은 키에 만두 일곱 통을 들고 걷다 보니, 혹시나 통을 떨어뜨릴까 걱정되어 품에 꼭 안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수는 만두통을 기울이면 물이 흘러내린다고 말해주지 않은 게 미안해졌다.

“옷이 다 젖었어?”

“네.”

미영이가 미간을 좁히며 아랫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이수는 미영이의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내가 물을 다 빼서 줄게. 일곱 통이지?”

이수는 탑처럼 쌓여 있는 만두 일곱 통을 조심스럽게 기울여 테두리에 고인 물을 뺐다. 만두통을 기울이면 물은 빠지지만, 만두가 쏟아질 염려가 있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기울여야 했다. 이수가 만두통을 기울이자 물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미영인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을 보며 손뼉을 치면서 활짝 웃었다.

“와~~~ 신기해라.”

미영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했다. 그러곤 머리를 숙여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만두통을 안은 미영인 어제와는 다른 환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걷는 뒷모습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늘 오던 지현이가 만두를 가지러 왔다.

“다섯 통이요.”

이수는 평소대로 만두를 꺼내 지현이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지현이가 이수를 째려보며 말했다.

“오빠 재수 없는 거 알아요?”

이수는 당황스러웠다. 자기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지현이가 재수없다고 말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어제 미영이에겐 물 빼서 줬다면서요?”

“어? 어. 그랬지.”

“나도 늘 앞치마가 젖었단 말이에요. 왜 난 안 빼줘요? 치!”

이수는 뭐라도 변명을 해보고 싶었지만, 지현인 대답도 듣지 않고는 뒤돌아 가버렸다.

“저… 저기… 지현아, 물 빼줄게.”

지현인 물을 빼준다는 이수의 말을 무시하고 갈 길을 갔다. 끝장이라는 듯이.

2회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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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 빼줘서 재수없다고 하니 ㅋㅋ 풋풋한 시절이네요

아주아주 풋풋한 먼 옛날 얘기랍니다. ^^

갑자기 내 앞에 서서는....

이수 앞에 서서는 아닌가 여쭈어요.
미영이가 만두 받으러 온 부분이요. ^^

앗,,, 그렇네요. ㅎㅎㅎ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