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륵 또르륵 통통 4 하트

in hive-101145 •  2 months ago 

4

이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생각났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정말인가 싶었다. 이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미영이에게만 물을 빼준 건 맞지만 고의성은 없으니,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녁이 되자 작은가게 주방장이 갑자기 이수를 불렀다. 작은가게 주방장은 매일 9시 50분쯤이면 그날 장사한 주문표를 들고 와서 마감을 했다. 둘은 평소엔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이수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카운터로 갔다.

“네가 이수지?”

“네? 네.”

이수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작은가게 주방장은 한참을 웃더니 말을 이었다.

“이 아줌마가 왜 이렇게 웃는지 모르지?”

이수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너~~~ 이 쪼끄만 게 응큼하긴. 호호호.”

작은가게 주방장은 뭔가 대단한 비밀을 혼자 아는 것처럼 신나 있었다.

“작은가게에 너 좋아하는 여자애 하나 있는 거 모르지?”

이수는 다시한번 깜짝 놀랐다.

“네?”

“으이그. 모르는 척하긴. 걔가 너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고 다녀서 우리 작은가게 사람들은 다 아는데.”

이수는 그 ‘여자애’가 누굴지 너무 궁금해졌다. 이수가 아는 작은가게 사람은 주방장과 지현이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미영이가 전부였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도대체 누구일지. 그런데 작은가게 주방장은 말을 하다 말고 일어서더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버리고 말았다. 이수는 궁금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그 여자애가 누군지는 알려줘야 할게 아닌가 생각하며 궁금해서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이수는 남중을 졸업하고 남고를 다니고 있었다. 또래 여자와 대화를 해본 건 아르바이트 하며 처음일 정도로 여자와는 아무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 대화해본 여자가 소휘였고, 처음 친구가 된 여자도 소휘였다. 이수는 지현이를 떠올렸다. 물을 안 빼줬다고 많이 삐져있을 지현이를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이수는 설마 지현이일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정말 오늘 많이 화났을 것 같았다.

이수는 일을 마치고는, 퇴근하기 위해 주방 옆 단체석에 있는 옷걸이로 갔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여기에 옷을 걸어두고 가방을 뒀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아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쉬는 공간이기도 한 주방 옆 단체석엔 훈이가 앉아 쉬고 있었다. 일이 힘든지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훈이는 이수를 기다렸다는 듯이 와서 앉아 보라고 말했다.

“힘들지?”

“아뇨. 괜찮아요. 할만 해요.”

“그래. 소휘랑은 잘 지내지?”

이수는 혹시 형이 오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어 조금 불안했다.

“네.”

“그래. 가봐.”

이수는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외투를 걸치고 나가려 하자 훈이가 이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참, 이수야. 작은가게에 널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더라. 이름이 뭐더라.”

‘이름을 안다고?’

이수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니, 그 사람의 이름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지현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너무 궁금했다.

“아~~~ 기억이 안 나네. 암튼 잘 해봐. 착하고 예쁘게 생겼더라.”

“네.”

이수는 집으로 가는 내내 지현이만 생각났다.

‘어떡하지? 뭐라고 사과하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이수였기에 아무것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수는 작은가게 사람들은 모두 안다는 그 여자애가 누군지 알아내야 하는 숙제를 받은 사람처럼 계속 같은 생각만 했다.

다음날.

미영이가 만두를 가지러 왔다. 지현이가 아니었다.

“오빠, 안녕하세요.”

“어? 어. 그, 그래.”

“오빠, 지현인 앞으로 안 오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앞으로는 제가 계속 올 거예요.”

미영인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싱글벙글이었다.

“오빠, 저기, 그리고 이거요.”

미영이가 곱게 접힌 쪽지를 내밀며 수줍게 말했다.

“응? 이게 뭐야?”

“저 간 다음에 펼쳐보세요.”

미영인 수줍게 인사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예쁘게 접힌 종이쪽지. 이수는 태어나 처음 받아본 쪽지에 잠시 당황스러웠다.

‘뭐지?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

이수는 곱게 접힌 쪽지를 천천히 펼쳤다. 거기엔 볼펜으로 쓴 짧은 글 몇 줄이 적혀 있었다.

‘오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요. 오빠가 물 빼줘서 옷이 젖지 않았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이건 우리 집 전화번호에요. 전화 주실 거죠? 번호 꼭꼭 기억해주세요. 오빠를 ♡하는 미영.’

이수는 마지막 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트. 오빠를 하트하는 미영.

‘하트? 오빠를 하트하는 미영?’

이수는 이 하트가 무슨 뜻일까 생각했다. 이 하트의 뜻을 생각해내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여자에게 편지를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 편지에 하트가 그려져 있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모두가 처음인 이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트가 뭐지? 좋아한다는 뜻일까? 사랑? 에이 설마.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사랑이야? 대화는 몇 마디나 해봤다고. 그냥 편지 쓰기를 좋아하고 하트도 자주 그리는 아이일까?’

이수는 답을 찾지 못해 머리만 아파왔다.

‘그래, 소휘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나.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잘 알 테니까.’

이수는 당장에 쪽지를 소휘에게 보여줬다.

“어머, 이거 연애편지 아냐?”

소휘는 이수가 내민 쪽지를 보며 신기한 물건 보듯 좋아했다.

“연애펀지?”

“그래, 연애편지 맞네. 여기 하트도 넣잖아. 까르르르. 이건 그냥 좋아하는 게 아냐. 남자에게 편지 쓰면서 함부로 하트를 넣는 애가 어딨니? 널 좋아한다는 뜻이지 뭐야. 좋겠다 좋겠다. 까르르르. 이수는 좋겠다. 헤헤. 얘가 며칠 전부터 만두 가지러 오는 그 키 작고 귀여운 애 맞지?”

소휘가 이수보다 더 기뻐하며 물었다.

“응. 맞아. 근데 이 편지, 정말 날 좋아한다는 뜻 맞아?”

“그렇다니깐. 여기 봐봐. ‘오빠를 하트하는 미영’이라고 적어놨잖아. 으이그, 너 아무리 처음이라도 그렇지 너무 모른다. 걱정 마. 연애 선배인 내가 코치 잘 해줄 테니까. 까르르르. 잘 사귀어 봐. 착하게 생겼더라.”

“날 좋아한다고? 미영이가? 왜?”

“야, 좋아하는데 이유가 뭐가 필요해. 마음이 끌리면 그만이지.”

“근데, 난 미영이를 알게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함께 얘기를 나눈 시간도 얼마 안 되고, 얼굴도 몇 번 보지 않았는데, 날 좋아하는 게 맞을까?”

“에이,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시간이 무슨 소용이야. 첫눈에 반할 수도 있는 거야. 그리고 너 멋있어. 그리고 잘생겼고 착하잖아. 여자들이 반할만하다니까. 내가 남친 없었으면 너랑 사귀고 싶을 정도인걸. 네가 남고를 다녀서 잘 모르는 거야. 너 아마 공학 다녔으면 인기 짱이었을껄! 까르르르. 와~~~ 축하해! 드디어 이수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는구나. 헤헤.”

이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 난 어떻게 하지?”

“어떡하긴. 네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야지.”

이수는 쪽지를 읽고 또 읽었다. 일하다가도 시간만 나면 꺼내서 읽었다. 하트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했다. 자길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가,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지?’를 생각하면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이수는 미영이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작은 얼굴에 코도 작고 입도 작은 얼굴에 단발머리. 예쁘다는 생각보단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애교가 살짝 섞인 귀여운 말투였다. 이수는 쪽지를 반복해서 보다가 전화번호에서 멈췄다.

‘어! 우리집 전화번호랑 국번이 같네. 혹시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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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는 여자복이 많네요. 잘생긴 사람이 유리하죠. ㅎㅎ

이수는 인기쟁이랍니다. ㅎㅎㅎㅎㅎ